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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영화 크랙 (2009, 조던 스콧 감독, 에바 그린, 주노 템플)

by mylifeis 2016.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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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스콧 감독이 2009년에 만든 영화이다. 몰입감 있는 스토리와 연출, 멋진 영상과 의상,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조던 스콧 감독의 부친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 제니퍼 챔버스 린치 감독..)

 

 

1930년대 영국의 여학생 기숙학교가 배경이다. 섬나라 속에 또 하나의 고립된 섬 같은 곳이라 생각했다.

미스 G.(에바 그린)는 여학생들의 동경과 흠모의 대상이다. 다이빙 교사인 그녀는 답답하고 고립된 그 공간에서 여학생들에게 자유와 열정을 이야기하며 그들을 고무시킨다.

 

여성 억압적인 사회에서 세계를 여행하고 탐험했던 경험을 얘기하며 학생들의 관심과 찬탄을 불러일으킨다. 학생 디(주노 템플)는 그런 미스 G를 누구보다 동경하고 신뢰하며 흠모한다.

 

미스G(에바 그린)

 

갇힌 듯한 공간이지만 이들의 세계는 의심 없고 나름 잔잔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전학생 피아마(마리아 발베르드)가 나타나면서 많은 것에 조금씩, 더 나아가 걷잡을 수 없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피아마는 부유한 스페인 귀족의 딸이다. 그녀는 스페인에서 자신보다 신분이 낮으며 마르크스주의자인 소년과 가깝게 지냈고, 이것을 막기 위해 그녀의 부친이 피아마를 타국의 외진 기숙학교에 보낸 것이다. 피아마는 스페인으로 돌아가기를 꿈꾼다.

 

디(주노 템플), 피아마(마리아 발베르드)   

 

학교의 어떤 여학생도 미스G와 그녀의 이야기를 의심한 적 없었다. 하지만 부유한 환경 속에서 실제로 많은 여행과 경험을 하고 문물을 접했던 피아마는 미스G의 말이 거짓인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된다.

 

       

사실 미스G는 자신이 되고 싶었던 사람을 연기해온 것이었다. 그녀의 진실을 알고 있는 교장이 슬며시 경고할 때 말한 것처럼 미스G는 이 기숙학교가 있는 지역을 떠난 적이 없다.

 

여행이나 탐험을 한 적이 없고, 다이빙 수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고무시키지만 정작 대회 한 번 나간 적이 없다. 학교 근처 제과점에 갈 때에도 극도의 긴장을 하고 힘들어한다. 그녀는 대인 공포 혹은 학교 밖 세상에 대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다.

    

         

그녀는 피아마를 보며 자신이 되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느끼는 듯하다. 부유한 환경, 많은 경험, 세계 여행, 열정적이고 모험적인 로맨스까지 자신이 되고 싶고, 갖고 싶었던 것을 다 갖춘 사람이라고 말이다. 미스G는 피아마에게 관심을 두고 동경하게 된다. 또한, 피아마와 동일시하며 특별한 관계가 되길 원하고 집착하게 된다.

 

영화 크랙(2009), 조던 스콧 감독

 

               

결국 미스G의 맹목적인 동경과 집착, 욕망의 병적인 실행은 피아마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미스G만을 바라보았고, 미스G와 피아마의 많은 사건을 목격했던 '디'는 미스G에 대한 환상을 깨고 그녀의 죄악을 폭로한다. 그리고 그 섬 같은 기숙사를 떠난다.

  

                 

영화를 보며 미스G, 디, 피아마가 한 사람 안의 다른 얼굴들, 다른 역할들, 다른 가능성으로 느껴졌다. 혹은 주인공 디에게 나타난 미스G와 피아마라는 인간형의 선택지로 보이기도 했다. 둘 중에 선택하는 것이 아닌 그 두 사람을 보며 주인공 디만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예시로 말이다.

           

            

영화에서의 냉정한 교장처럼 자신의 감정과 열정은 거세되거나 혹은 애초에 모자란 기계적인 인간형이 아니라 마음속에 뭔가 열정과 동경, 사랑을 가진 인간으로 태어났을 때, 만약 미스G가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영화 후반부, 기숙사의 강박적 지침처럼 테이블 위에 물건 다섯개를 놓는 미스G를 보며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피아마가 미스G처럼 가난하고 억압적이며 강박적인 환경 속에서 마음속의 기운은 점점 병들고 죽어가는 곳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혹은 미스G가 디처럼 성장기에 피아마같은 친구를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만약 디가 미스G와 피아마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들 모두는 무언가 자기 삶에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고 동경하며 자기 자신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뚜렷하게 잡히지 않았을 뿐.

        

      

미스G는 그 무언가를 피아마에게 투사하며 잘못된 길로 갔다. 피아마는 고향 스페인과 연인, 자신의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디는 미스G를 자신의 롤모델로 여기며 숭배했지만 미스G와 피아마와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게 된다.

         

이모겐 푸츠(포피 역), 주노 템플(디 역)          

 

영화 크랙(2009 토론토 국제 영화제) 주노 템플, 에바 그린, 리들리 스콧, 조던 스콧, 마리아 발베르드

 

에바그린(미스G)의 아름다운 모습과 가련하면서도 뜨겁고 광적인 캐릭터 연기가 멋졌고, 마리아 발베르드(피아마)의 새초롬하고 강단 있는 캐릭터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주노 템플(디)의 입체적이고 생생한 캐릭터 연기, 강렬하면서 섬세한 감정 연기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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